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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자/독서

'말그릇'이라 쓰고 감정그릇이라 읽는다 (책리뷰)

2020. 4. 28.
말 그릇 - 리커버 에디션
국내도서
저자 : 김윤나
출판 : 카시오페아 2017.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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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나 님의 '말그릇'이라는 책을 읽었다. 

나는 말을 참 못하는 사람이다. 내성적인 성격으로 어릴때부터 발표하는게 너무 싫었고, 3명이상의 사람이 모였을때 내가 대표로 무엇인가 말하는것 자체가 위축되고 싫었다. 친하지 않은 사람과는 1:1로 대화할때도 눈을 보고 쳐다보고 말하는 것이 두려웠다.

이제 적어도 1:1로 대화할때 눈을 보고 말할줄은 안다. 그렇지만 나는 말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밑에 깔려있어서인지 자신있게 내 생각을 말하지 못하고, 어쩌다 나온 말이라도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거나 뜬금없는 말이 되기 일쑤였다. 

말하기방법에 대한 책을 읽어보기도 했지만, 나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스피치나 설득하는 말에 관한 내용이 나에게 무슨 소용이랴. 지금은 알것같다. 나에게 말은 말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의 문제라는걸...

내 마음을 들여다보아주는 심리학책을 보면서 위안을 얻었다. 타인은 내게 큰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에, 내가 생각하는 의견을 말로 내뱉는다해도 그에 대해 좋다, 나쁘다 판단하는 것은 그때뿐이라는 것도 알았다. 몇날며칠 고민하고 잘때마다 생각나서 불안했던 내 마음과는 달리, 다른 사람들은 내 말을 쉽게 잊었다.

 

 

말을 하는게 좀 더 편해지는 시기를 30대에 겪어왔다면, 이제 말의 질이 문제였다. 

'말그릇'은 내 마음뿐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방법을 통해 원활한 대화의 방법을 찾는 길을 알려주는 책이다.

말 그릇에 새겨진 공식들을 찾아가는 노력은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삶의 초점을 맞추게끔 이끌어주는 원동력이 된다. 또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좋은 출발점이 된다. 한 사람의 공식을 들여다보는 습관을 기르면 공감하는 능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누구나 원하지 않는 공식 때문에 힘들어 한다는 것, 그 공식이 인격의 차이에서 생긴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 다른 사람의 인생에 대해 함부로 충고할 수 없게 되고, 그야말로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누는 게 가능해진다. 그 순리를 알게 되면 비로소 말이 무거워지고 깊어진다.
- '말그릇'중에서
'말그릇' - 클로바더빙을 이용해 동영상으로 만들어보았다.

누구나가 살아가면서 '공식'같은 것을 만들어간다. 그 공식은 각자가 삶속에서 벌어지는 경험들로 점점 더 견고해진다. 그런데 각자가 가지고 있는 공식이 모두 다르다는데, 갈등의 원인이 있다. 남의 공식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무조건 틀렸다는 태도는 대화를 하기 힘들게 만든다.

아무리 상냥하고 자상하게, 때론 꼼짝달싹 못할 만큼 강력하게 말해도 그것을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생각이란 이미 만들어진 길을 따라 흐르게 되어 있어서, 다르게 생각하려고 해도 잘되지 않는다.그러나 우리는 너무 자주 이 사실을 잊어버린다. 말을 더 잘하면, 힘으로 억압하면 상대방의 오래된 믿음을 바꿀 수 있을것이라며 자신한다.
'비폭력대화'라는 책이 있다. 갈등관계에서도 인간성을 잃어버리지 않고 평화적 대화를 하게 돕는 책이다. 그 책에 이런 구절이 있다. "공감으로 들어줄 때는, 상대를 돕기 위해 문제해결 방안이나 부탁을 들어주는 쪽으로 관심을 돌리기 전에, 상대방이 충분히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중요하다. 문제해결에 너무 서두르게 되면 우리의 진정한 관심이 상대방의 느낌과 욕구에 있다는 걸 제대로 전달할 수 없다. 또한 사람들이 대화 초기에 꺼낸 말은 종종 빙산의 일각과 같다. 그런 말들 다음에는 아직 표현되지는 않았지만 더 강한 느낌이 따라 나올 수 있따. 상대방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일에 계속 관심을 둠으로써, 상대에게 자신의 마음속을 조금 더 깊이 관찰하고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는 기술중에 '공감'이라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말을 들으면서 공감을 지속하는 일은 중요하면서도 힘들다. 왜냐하면 중간에 끼어들어 문제를 해결하거나 충고하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말을 하는 사람이 어떤 의도로 말을 하는지, 들어주기만 하는것만으로 해결되는 과제도 있을것이다. '공감'이야말로 매끄러운 대화를 위한 첫번째 걸음일것이다.

저자는 듣기의 기술로서 3가지 포인트를 정리한다.

3F 듣기의 기술

1. Fact (사실듣기) : 주요내용을 요약한다
2. Feeling (감정듣기) : 진짜 감정을 확인한다.
3. Focus (핵심듣기) : (말하지 않더라도) 알아주었으면 하는 핵심 메시지를 발견한다.

3가지 중 한가지만 사용해도 좋겠지만, 모두 사용한다면 듣기의 달인이 될것같다. 그 중 최고는 '핵심듣기'기술이다. 말하는 사람 자신도 깨닫기 못했던 사실을 '핵심듣기'로 핵심메시지를 잘 찾아내어, 적절한 반응을 해주면 부정적인 감정이 멈추어버릴 수 있다. '힘들다', '죽겠다'처럼 부정적인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그 감정을 막으려고 하지말고, 숨겨진 메시지를 찾아서 짚어주면, 그 감정자체가 풀어져버릴수도 있는 최고의 기술이다.

대화의 고단수 기술중에 '질문하기' 기술이 있다. 잘못 사용하면 상대를 불쾌하게 만들수도 있는 기술이지만, 잘만 활용하면 엄청난 잠재력을 터트릴 수 있는 '질문하기'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질문'을 터부시해왔다. 질문많은 사람은 귀찮은 사람, 관종, 모자란 사람 등으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심어져있다. 그러나 질문은 분명 사람을 성장시킬 수 있는 중요한 기술이다. 아래는 살아가면서 내가 스스로 나에게 할 수 있는 질문들이다.

책 '삶을 변화시키는 질문의 기술'을 보면 살아가는 동안 어떤 질문을 자주 하는가에 따라 다른 인생을 살게 된다고 말한다. 어떤 질문을 하는가에 따라서 '학습자의 길'로 들어서기도 하고, '심판자의 길'을 걷게 되기도 한다고.

심판자의 길로 이끄는 질문
뭐가 잘못됐지?
누구 탓이지?
내가 상처받겠지?
내가 옳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그들은 왜 이렇게 어리석고 실망스러울까?

학습자의 길로 이끄는 질문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뭘까?
내가 책임져야 하는 것은 뭘까?
이 일에서 유익한 것은 뭘까?
내가 배울 점은 뭘까?
어떤 일이 가능할까?

스스로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에 따라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느냐가 결정될것이다. 아래는 저자가 다른 사람들에게 던질 수 있는 질문의 규칙을 정리한 대목이다. 이른바 'OFTEN질문법'이라고 부른다.

Opened Question (열린질문)
- 잠재되어 있는 생각과 의견을 풍성하게 이끌어낼 수 있는 질문

iF Question (가설 질문)
-가상의 제약을 넘어서, 다양한 입장과 관점에서 생각하게 하는 질문

Target-oriented Question(목표지향 질문)
- 미래의 목표에 초점을 맞추어, 긍정적 힘을 이끌어내는 질문

Emotion Question (감정 질문)
- 사실 이외에, 사람에 초점을 맞추어 심정을 헤아리는 질문

Neutral Question (중립적 질문)
- 생각/의도/감정을 강요하지 않은 질문

질문법은 엄청 고단수 대화법의 일종이다. 누군가를 가르치거나 상담하는 사람들에게는 필수적으로 익혀야할 대화의 기술임에는 틀림없다. 문득 이런 질문법과 대화법이 잘 갖춰진 선생님께 교육받는 아이들은 얼마나 행운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대화법 기술에 대해 알려주고 있지만, 사실 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을 향한 태도'이다. 말을 향한 태도를 바꾼다고 하는것은 마음이 작동하는 원리, 생각의 구조, 너와 나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감정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가장 먼저 보듬고 이해해야할 사람은 바로 자기자신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말과 사람에 대한 태도를 정비하는 작업은 자기성찰과 자기수용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사람들과 연결되려면 일단 나 자신과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흔들리지 않는 대화능력을 갖추려면 먼저 자신의 내면과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나에 대한 다양한 증거들을 이해하고 숨기지 않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내면의 안정감을 얻게 되고, 그때야말로 안정된 말이 나온다. 
사람은 평생동안 두가지 힘의 균형을 맞추면서 살아가야한다. 그것은 개별성과 연합성이다. '부부 다시 사랑하다'의 저자이자 상담치료사인 린다 캐럴은 인간에게 필요한 두가지의 영혼을 두고 '결합에 능한 영혼'과 '거리두기에 능한 영혼'이라고 표현했다. 삶이란 이 두 개의 영혼을 보살피면서 함께 가는 여행이다. 자기 안에서 평화를 이루어야 상대와 화합할 수 있고, 적당한 거리를 지켜야 내면에 안정을 찾는다.

'말그릇'이라는 책은 단순히 말에 대한 책이 아니다. 자신의 감정을 보듬고, 상대를 이해하고자 노력할 때 비로소 마음과 말이 성숙된다고 일러준다.

말을 잘하기는 그래서 매우 어렵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더이상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서는, 상대의 마음을 더 살펴야한다.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싶다면, 대화의 기술을 익히기 보다는 상대의 마음을 보기위해 노력하는 쪽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나를 공감해주고 나의 말을 진심을 다해 들어주는 사람을 싫어하기는 힘들테니까...

 

 
김윤나 작가의 세바시 강연인데 정말 재밌게 말씀을 잘하셔서 가져왔어요.

 https://youtu.be/IQJzVFUbGU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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